[기사][뉴스웍스] [은톨이 보고서⑤] "그때 서두르지 말았어야"…원인 해결이후 '재도전' 기회 부여 '중요' (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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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톨이 보고서⑤] "그때 서두르지 말았어야"…

원인 해결이후 '재도전' 기회 부여 '중요'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1편에 소개됐던  장영걸(24세)씨는 은둔의 주요 원인으로 '가정의 해체'를 꼽았지만 여전히 방문을 열지 못하는 요인은 '부모님의 기대'였다. 

영걸씨는 지방에 있는 한 대학교에 입학했다. 성적에 맞춰 들어가면서 '지잡대'에 대한 열등감을 가졌다. 그럼에도 입학 후에는 수업을 열심히 들으며 학점 4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잡대' 콤플렉스는 영걸씨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결국 자퇴를 선택했다.

대학교 자퇴 후엔 아버지의 취업 압박이 거세게 들어왔다. 철도업계에서 근무하는 영걸씨의 아버지는 영걸씨에게 말버릇처럼 공무원이 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영걸씨 성적이 안 나오자 기술이라도 배우라고 말을 바꿨다. 당장 집 밖에 나오기도 겁났던 그에게 부모님의 '돈을 벌어라'라는 말은 조언이 아닌 간섭으로 다가왔다. 

취업을 강요하는 부모님에 대한 기대감이 큰 부담으로 다가와 영걸씨는 여전히 고립·은둔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걸씨뿐 아니라 대입·취업 등 경쟁을 중시하고 이 과정에서 밀려난 사람을 '패배자'인 것처럼 취급하는 사회가 청년들을 고립·은둔으로 내몰고 있었다. 

최근 서울시에서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19~39세 청년 5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은둔이 최초로 시작된 시기에 대해서 연령별로는 만 20~24세가 39.0%, 만 25~29세가 31.3%로 각각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입하는 20대 초반과,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하는 20대 중후반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고립·은둔 생활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20대는 '학업 중단 혹은 진학 실패'가 25.8%, 30대는 '실직하거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어서'가 55.3%로 나타났다.

20대를 몰아붙이는 것은 '학업'이었으며, 30대를 압박하는 것은 '취업'이었다.

우리 사회의 '명문대 집착'은 뿌리가 깊다. 지방대에 입학하면 실패자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청년들을 방 안으로 떠밀고 있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장기간 취업 실패가 고립·은둔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서울시의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들의 계기로 '실직 또는 취업에 어려움(49.5%)'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취업해도 끝이 아니었다. 김지은(29세·가명)씨는 26세 되던 해 마트 캐셔로 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머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수시로 들었고, 직원들의 뒷담화도 버텨야 했다. 

지은씨는 스스로 적응하는 데 느릴 뿐이지 일을 못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상사의 질타는 끝나지 않았다.  

"너 돈 못 벌면 어떻게 독립하려고 하냐."

"너 여기서 일 제대로 못 하면 다른 데 가서도 적응 못 한다."

다른 직장으로 옮겨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상사는 바뀌었지만 듣는 잔소리는 변함없었다. 옮긴 회사에서도 퇴사를 결정했다. 몇 번의 반복이 있었다. 결국 잘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집 밖에 나오는 것조차 두려워졌다.

물건을 찍고, 계산하고, 박스를 포장하는 데 손이 느리다며 매일 혼났다. 지은씨는 시간이 지나면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대로였다. 결국 단기 알바를 시작했지만 '꼼꼼하지 못하다', '느리다'는 말을 들었다. 반복이었다.

이후 지은씨는 밝고 긍정적인 면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워졌다. 뭐든지 강박적으로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실수하고, 혼나고, 잘릴까봐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 무서웠다. 

기회가 와도 쉽게 포기하거나 주저하게 됐다. 그렇게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만 찾게 됐고, 지금도 스스로 일을 못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온몸이 멈추는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다.

지은씨는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우울증과 과호흡증후군을 진단받았다. 약물치료도 권고받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약을 먹어도 주변 사람들이 내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나아지는 데 한계를 느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어찌어찌 취업은 했지만 취업 후 느낀 트라우마에 결국 은둔으로 빠지게 됐다.

영걸씨처럼 경쟁사회가 만든 틀에서 실패한 것에 좌절을 느껴 고립·은둔으로 빠진 사례도 있었고, 지은씨처럼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에 진출한 후 트라우마가 생긴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사회로 나갈 준비가 되지 않은 청년들을 사회로 내모는 것이 오히려 은둔의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혜원 파이나다운청년들 이사장은 은둔·고립 청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그때 서두르지 말았어야 했다'라는 말이라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심리적인 어려움이나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회복되지 않은 은둔·고립 청년을 사회로 밀어내면 자칫 장기화되기 쉽다"며 "그들의 부모님들은 달리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일단 시험에 응시하고 취업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은둔·고립 청년 본인들은 사회로 진출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을 수 있다. 고립·은둔에 빠진 근본적인 원인이 있을텐데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상태로 사회로 나가는 것보단 천천히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현명한 해결방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식의 취업 결과를 부모의 성취이자 자랑으로 여겨지는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명문대학를 졸업해서 대기업에 취직하는 친구들이 있는 반면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살아가는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명절에만 가도 친척들 혹은 부모님들이 동창회만 가도 나오는 이야기는 자식들의 대학 이야기고, 취업 이야기"리며 "살아가는 방식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무의식적인 폭력이 고립·은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립·은둔 청년들이 사회의 구성원이 되도록 하려면 경쟁에 지친 그들에게 주변을 돌아볼 시간을 주면서 재도전의 기회를 천천히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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