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서귀포신문] 외톨이 청년들, 서귀포 푸근한 인심과 자연에 힘을 얻다 (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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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 청년들, 서귀포 푸근한 인심과 자연에 힘을 얻다


리커버리센터 소속 청년들이 3박 4일 일정으로 서귀포를 방문해 동호인 선수들과 경기를 치렀다. (사진=장태욱)


푸른 고래 리커버리센터(설립자 김현일) 소속 청년 20여 명이 서귀포를 찾았다. 푸른 숲길을 걸으며 가을 정취를 만끽했고, 야구장에서 동호인 선수들과 경기를 했다. 그동안 사회 적응이 힘들었던 청년들인데, 서귀포의 넉넉한 인심과 포근한 자연의 환대를 받으며, 이후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반응이다.


야구 유니폼을 입은 청년 20여 명이 26일, 서귀포시 생활야구장에 모였다. 달리기와 준비운동으로 몸을 푸는데, 동호인 선수들에 비해서도 다소 미숙하다. 이들의 표정에서 낯선 환경에서 오는 긴장과 설렘을 읽을 수 있다. 유니폼 상의에 적힌 팀 이름 ‘RECOVERY’는, 이들이 소속된 ‘푸른 고래 리커버리센터’(이하 ‘리커버리센터’)를 나타낸다.


리커버리센터는 ‘은둔형 외톨이’라 불리며 스스로 사회에서 고립된 청년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활동하는 공간이다. 이곳 청년들은 가정의 해체, 부모의 폭력, 학교 폭력 등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데, 모두 쉽게 씻지 못할 트라우마를 공통적으로 경험했다. 청년들은 어른의 부재나 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될 위기에 놓였는데, 리커버리센터는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회복 공동체’다.


리커버리센터는 서울시 성북구에 있는데, 은둔형 외톨이를 지원하는 단체로는 전국에서 유일하다. 100여 명의 청년이 센터를 이용하는데, 대부분은 낮에 센터에서 활동하다 저녁에는 귀가한다. 가정과 분리가 필요한 청년 8명은 센터에서 공동으로 생활한다. 시민의 후원과 서울시의 지원금으로 운영되는데, 살림은 늘 빠듯하다. 센터에서는 음악감상과 미술 심리치료, 대화와 토론, 공동 놀이 등 다양한 활동이 진행된다.


서귀포시 브라더스 야구동회회 소속 서상우 회원이 리커버리센터의 후원자인데, 그 인연으로 이들이 서귀포를 찾았다. 하례2리 마을회와 브라더스 야구 동회회가 이들의 서귀포 여행을 후원했다.


지역 야구인들이 이들의 방문을 환영했다.(사진=장태욱 기자)


리커버리센터 황승정 실장이 청년들을 인솔했다. 황 실장도 어릴 적 고아였는데, 혼자 생활하다 건강이 악회돼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다. 어떤 계기로 ‘바하밥집’이라는 노숙인 급식시설에서 활동하며 희망을 얻었고, 그 힘으로 사회에 적응해 살고 있다. 지금은 센터에서 야구팀 운영을 맡는다.


황정승 실장은 “이들이 외톨이가 되는 이유는 무척이나 다양한데, 개인이 문제라고 하지만 알고 보면 모두 사회의 문제다”라며 “이들이 회복하고 고민할 계기와 시간이 필요한데 사회가 이들을 배려하고 돌보지 않으면 도태한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황 실장은 “야구는 공동체성이 강해서 희생하고 격려하는 종목인데, 한번쯤은 자신이 타석에 서서 주인공이 돼보기도 한다”라며 “야구가 청년들이 사회와 공동체를 익히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희생과 배려, 협동, 인내, 예의 등 5가지를 중시해서 팀원들끼리 공동체성을 유지하는 걸 강조한다”라고 말했다.


청년들은 25일에 도착한 후 오름을 등반하고 야구 동호인들이 준비한 고기 파티에 참석했다. 26일에는 하례리 고살리숲길을 탐방하며 가을 숲의 정취를 만끽했고, 오후에는 야구 경기를 하며 친선을 도모했다. 27일 야구 경기를 하고 28일 서울로 돌아간다.


황 실장은 “청년들이 서귀포에 와서 매우 좋아한다”라며 “아마도 앞으로 3년 동안은 서귀포의 경험을 기억하며 힘을 얻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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