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들 자립·합숙 자비 들여 돕는 단체 "법·제도의 지원 없어 자발적 선의에 의존"
[숨어버린 사람들 (8) 정부 외면에 민간이 나섰다]
리커버리센터·K2인터내셔널코리아
현재 우리나라 지원단체는 단 두곳뿐
공동체 생활 ‘함께’ 훈련 기회 제공
매장 운영해 일자리 체험 프로그램도
정부 지원 없어 운영 예산 부담 쌓여
"사회 전체 이해 속 지원체계 마련해야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수도"
지난 10월 20일 은둔형 외톨이 리커버리센터 주관으로 열린 은둔형 외톨이 미술 전시전에
참가한 청년들이 각자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여러분은 힘 없는 사람도 아니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지치고 힘들면 리커버리센터를 떠올리세요. 이제 여러분들은 혼자가 아닌 것을 잊지 않는 사람들이 되세요. 우리는 항상 함께 합니다."
지난 10월 20일 서울 종로구 인근 한 미술관에서 열린 '무서운 빛, 따스한 어둠' 전시회에서 김현일 리커버리센터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이날 전시회는 리커버리센터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보낸 은둔형 외톨이들이 그린 작품이 걸려 있었다. 이들은 리커버리예술단과 미술치료 활동을 통해 매주 그림과 음악 등 창작활동에 전념했다.
정부가 은둔형 외톨이 문제에 손놓는 사이 자생적으로 생긴 민간단체들이 이들을 돕고 있다.
민간단체들은 고립된 청년들의 일상회복을 위해 합숙과 같은 공동생활을 추진하거나 교육, 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예산이다. 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없거나 턱없이 부족해 단체들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 돕는 자생 조직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은둔형 외톨이 지원단체는 리커버리센터와 K2인터내셔널코리아가 있다. 이들은 모두 자생적으로 탄생한 민간조직이다. 리커버리센터는 지난 2003년 사회적응이 어려운 청년들의 그룹홈으로 출범됐다. 이후 청년들의 자립과 공동체 활동을 돕는 조직으로 성장하고 있다.
리커버리센터는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놀고, 함께 일한다'는 모토로 운영 중이다. 센터는 현재 은둔형 외톨이 15명이 함께 기거하고 있다. 이들은 같이 장을 보고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등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또한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은 예술단에서 연기와 함께 글쓰기, 미술, 음악, 영화제작 등도 배운다. 센터는 야구단을 운영해 동기부여, 공동체 체험 훈련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김옥란 리커버리센터장은 "처음에는 대인기피로 인해 긴장되고 위축된 모습이었는데 예술단, 야구단 활동을 하면서 점점 마음이 열렸다"며 "지금은 아이들이 먼저 공연을 하거나 야구를 하고 싶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예술단, 야구단 활동은 모두 김 센터장의 생각이었다. 그는 지난 2018년 사비를 들여 미국 시애틀의 도시빈민단체들인 '페어스타트' '리커버리카페' 등을 탐방하면서 한국 문화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K2인터내셔널코리아는 일본의 히키코모리를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인 K2인터내셔널의 한국 지부다. K2인터내셔널은 지난 1988년 요코하마에 기반을 두고 설립됐으며 히키코모리뿐만 아니라 등교 거부 학생, 니트족 등의 자립을 돕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2년 K2인터내셔널코리아가 설립됐다. 서울 성북구 기숙사(정릉 달팽이집)에서 은둔형 외톨이의 자립을 돕고 있다. 현재 총 3개의 기숙사에서 20여명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K2인터내셔널코리아는 은둔형 외톨이의 일 체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시시: 밥-슬로우카페 달팽이' 등 일자리 경험 매장을 운영하면서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육성 유공자 장관표창 상을 받기도 했다. 또 올해부터 서울시 청년청의 '은둔청년 지원사업' 일환으로 50명의 은둔 청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에 사는 만 19~34세 은둔형 외톨이와 그 가족이면 누구나 이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다. 방문 상담,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아울러 은둔형 외톨이를 돕는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인 '은둔고수'도 양성하고 있다. 지난해 1기가 배출됐고 2기를 모집 중이다. 활동가들은 은둔형 외톨이들을 방문해 상담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회적 비용 우려…지원 강화해야"
문제는 예산이다. 두 단체의 활동은 법과 제도의 지원이 전무한 자발적 선의에 의존되고 있다.
두 단체는 모두 청년재단에서 일부 프로그램 비용을 지원받고 있지만 정부 지원이 없다 보니 대상자에게 프로그램 비용 일부를 받고 있다. 해당 단체들은 심리상담뿐만 아니라 기숙사 생활도 하기 때문에 예산 부담이 크다. 두 단체 모두 자리 잡은 서울 성북구에서 청년 조례를 통해 일부 비용을 지원받고 있지만 이마저도 올해 절반 가까이 삭감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은둔형 외톨이는 늘고 있어 정책 수요가 분명하지만 예산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시의 은둔청년 지원사업에는 50명 모집에 96명이 신청했다. 서울시가 올해 처음 시작한 은둔 청년 지원프로그램의 예산은 6500만원. 당초 예상했던 50명을 지원하기에도 빠듯한 실정이다. 서울시가 나서기 전까지는 청년재단이 2018년부터 K2 등 은둔 청년 상담단체를 지원했다. 첫해 5명으로 시작해 올해 50명으로 지원대상이 10배로 늘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장의 활동가들은 늘어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지원이 없으면 가까운 미래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쿠사 미노루 K2인터내셔널코리아 팀장은 "일본에선 한 청년이 25세부터 65세까지 납세자로 살 때와 평생 사회보장급여를 받는 수급자로 살아갈 때의 사회적 비용 격차를 계산한 결과 1인당 1억5000만엔(약 15억6000만원)이란 계산이 나왔다"며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보리 모토무 K2인터내셔널코리아 대표 또한 "은둔형 외톨이와 사회적 고립 청년 문제는 개인이나 가족이 해결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지원체계가 없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누구나 쉽게 고립되는 시대인 만큼 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이해하고 순환적 자원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옥란 리커버리센터장은 "은둔형 외톨이의 특성상 단순 상담치료 등으로는 이들의 사회진출에 큰 도움을 줄 수 없다"며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지원 방향이 단순히 눈에 보여지는 성과가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관심을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옥란 리커버리센터장/사진=이진혁 기자
"해결책 고민하다 퇴직금 들고 시애틀行… 야구단·예술단 운영 아이디어 얻었죠"[숨어버린 사람들 (8) 정부 외면에 민간이 나섰다]
20년 넘게 은둔형 외톨이 도와온
김옥란 리커버리센터장
"은둔형 외톨이를 사회공동체 일원으로 함께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이들 곁에 있어야 합니다."
20년 넘게 은둔형 외톨이를 도와온 김옥란 리커버리센터장(사진)은 '은둔형 외톨이 문제의 해결방안'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김 센터장은 "정부의 청년 지원 정책은 일자리와 심리상담이 대다수"라면서 "사회와 동떨어진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리커버리센터는 지난 2003년 그룹홈을 시작으로 은둔형 외톨이의 사회 진출을 돕고 있다. 현재 15명의 은둔형 외톨이가 리커버리센터가 마련한 그룹홈에서 함께 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시작은 우연이었다. 김 센터장은 신문보급소를 운영하던 1999년 추운 겨울, 오갈 곳 없는 한 소년을 먹이고 재우면서 이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오갈 곳 없는 4명의 청년과 같이 그룹홈인 바나바하우스를 만든 게 리커버리센터의 효시였다.
넉넉해서 시작한 '도움'이 아니다. 김 센터장은 "2000년대는 허름한 지하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다"며 "지인이 좋은 일을 한다며 보증금을 빌려준 게 이렇게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가 나은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IMF 외환위기로 생긴 이혼, 실직, 파산으로 가족 해체가 앞당겨졌고 이로 인해 갈 곳을 잃은 청년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사회가 불안정해진 시기에 자라난 아이들이 이제 와서 20대가 됐다"며 "그 사이 학업 실패, 취업 실패, 왕따, 학교 폭력 등을 겪으면서 방문을 걸어 잠그게 됐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그룹홈 초기 4명의 청년과 함께 생활하며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에 대해 오래 고민했다. 숙고 끝에 그는 12년간 무역회사를 다니고 받은 퇴직금으로 미국행을 결정했다. 김 센터장은 "2018년 한달 동안 미국 시애틀의 도시빈민단체 관계자를 만나면서 여러 노하우를 익혔다"고 전했다.
미국에서의 경험은 리커버리센터의 프로그램에 녹아들었다. 김 센터장은 "마약,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리커버리카페의 경우 중독자들에 대한 정서적인 치료와 사회화 훈련을 먼저 진행한다"며 "이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야구단과 예술단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함께'의 경험은 은둔형 외톨이를 문 밖으로 나오게 했다.
리커버리센터에 온 한 청년은 부모의 욕심으로 주눅이 들어 방문을 걸어 잠근 채 20대를 보냈다. 청년은 센터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청년은 본인과 비슷한 처지의 외톨이들을 보면서 회복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본인이 다니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파트타임 근무를 하며 문 밖을 나서기 시작했다.
김 센터장은 정부의 정책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들은 자존감이 낮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본인이 본인을 신뢰하지 못해 경계감이 심하다"며 "조금 더 가까이 오랜 기간 이들과 함께해야 마음이 열리고 라포(상호 친밀감이나 신뢰관계)가 형성된다. 정부에서 현실적인 사태 파악과 함께 근본적인 치유 방법에 대해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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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들 자립·합숙 자비 들여 돕는 단체 "법·제도의 지원 없어 자발적 선의에 의존"
[숨어버린 사람들 (8) 정부 외면에 민간이 나섰다]
지난 10월 20일 은둔형 외톨이 리커버리센터 주관으로 열린 은둔형 외톨이 미술 전시전에
참가한 청년들이 각자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여러분은 힘 없는 사람도 아니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지치고 힘들면 리커버리센터를 떠올리세요. 이제 여러분들은 혼자가 아닌 것을 잊지 않는 사람들이 되세요. 우리는 항상 함께 합니다."
지난 10월 20일 서울 종로구 인근 한 미술관에서 열린 '무서운 빛, 따스한 어둠' 전시회에서 김현일 리커버리센터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이날 전시회는 리커버리센터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보낸 은둔형 외톨이들이 그린 작품이 걸려 있었다. 이들은 리커버리예술단과 미술치료 활동을 통해 매주 그림과 음악 등 창작활동에 전념했다.
정부가 은둔형 외톨이 문제에 손놓는 사이 자생적으로 생긴 민간단체들이 이들을 돕고 있다.
민간단체들은 고립된 청년들의 일상회복을 위해 합숙과 같은 공동생활을 추진하거나 교육, 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예산이다. 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없거나 턱없이 부족해 단체들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 돕는 자생 조직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은둔형 외톨이 지원단체는 리커버리센터와 K2인터내셔널코리아가 있다. 이들은 모두 자생적으로 탄생한 민간조직이다. 리커버리센터는 지난 2003년 사회적응이 어려운 청년들의 그룹홈으로 출범됐다. 이후 청년들의 자립과 공동체 활동을 돕는 조직으로 성장하고 있다.
리커버리센터는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놀고, 함께 일한다'는 모토로 운영 중이다. 센터는 현재 은둔형 외톨이 15명이 함께 기거하고 있다. 이들은 같이 장을 보고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등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또한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은 예술단에서 연기와 함께 글쓰기, 미술, 음악, 영화제작 등도 배운다. 센터는 야구단을 운영해 동기부여, 공동체 체험 훈련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김옥란 리커버리센터장은 "처음에는 대인기피로 인해 긴장되고 위축된 모습이었는데 예술단, 야구단 활동을 하면서 점점 마음이 열렸다"며 "지금은 아이들이 먼저 공연을 하거나 야구를 하고 싶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예술단, 야구단 활동은 모두 김 센터장의 생각이었다. 그는 지난 2018년 사비를 들여 미국 시애틀의 도시빈민단체들인 '페어스타트' '리커버리카페' 등을 탐방하면서 한국 문화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K2인터내셔널코리아는 일본의 히키코모리를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인 K2인터내셔널의 한국 지부다. K2인터내셔널은 지난 1988년 요코하마에 기반을 두고 설립됐으며 히키코모리뿐만 아니라 등교 거부 학생, 니트족 등의 자립을 돕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2년 K2인터내셔널코리아가 설립됐다. 서울 성북구 기숙사(정릉 달팽이집)에서 은둔형 외톨이의 자립을 돕고 있다. 현재 총 3개의 기숙사에서 20여명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K2인터내셔널코리아는 은둔형 외톨이의 일 체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시시: 밥-슬로우카페 달팽이' 등 일자리 경험 매장을 운영하면서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육성 유공자 장관표창 상을 받기도 했다. 또 올해부터 서울시 청년청의 '은둔청년 지원사업' 일환으로 50명의 은둔 청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에 사는 만 19~34세 은둔형 외톨이와 그 가족이면 누구나 이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다. 방문 상담,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아울러 은둔형 외톨이를 돕는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인 '은둔고수'도 양성하고 있다. 지난해 1기가 배출됐고 2기를 모집 중이다. 활동가들은 은둔형 외톨이들을 방문해 상담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회적 비용 우려…지원 강화해야"
문제는 예산이다. 두 단체의 활동은 법과 제도의 지원이 전무한 자발적 선의에 의존되고 있다.
두 단체는 모두 청년재단에서 일부 프로그램 비용을 지원받고 있지만 정부 지원이 없다 보니 대상자에게 프로그램 비용 일부를 받고 있다. 해당 단체들은 심리상담뿐만 아니라 기숙사 생활도 하기 때문에 예산 부담이 크다. 두 단체 모두 자리 잡은 서울 성북구에서 청년 조례를 통해 일부 비용을 지원받고 있지만 이마저도 올해 절반 가까이 삭감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은둔형 외톨이는 늘고 있어 정책 수요가 분명하지만 예산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시의 은둔청년 지원사업에는 50명 모집에 96명이 신청했다. 서울시가 올해 처음 시작한 은둔 청년 지원프로그램의 예산은 6500만원. 당초 예상했던 50명을 지원하기에도 빠듯한 실정이다. 서울시가 나서기 전까지는 청년재단이 2018년부터 K2 등 은둔 청년 상담단체를 지원했다. 첫해 5명으로 시작해 올해 50명으로 지원대상이 10배로 늘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장의 활동가들은 늘어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지원이 없으면 가까운 미래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쿠사 미노루 K2인터내셔널코리아 팀장은 "일본에선 한 청년이 25세부터 65세까지 납세자로 살 때와 평생 사회보장급여를 받는 수급자로 살아갈 때의 사회적 비용 격차를 계산한 결과 1인당 1억5000만엔(약 15억6000만원)이란 계산이 나왔다"며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보리 모토무 K2인터내셔널코리아 대표 또한 "은둔형 외톨이와 사회적 고립 청년 문제는 개인이나 가족이 해결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지원체계가 없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누구나 쉽게 고립되는 시대인 만큼 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이해하고 순환적 자원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옥란 리커버리센터장은 "은둔형 외톨이의 특성상 단순 상담치료 등으로는 이들의 사회진출에 큰 도움을 줄 수 없다"며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지원 방향이 단순히 눈에 보여지는 성과가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관심을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옥란 리커버리센터장/사진=이진혁 기자
"해결책 고민하다 퇴직금 들고 시애틀行… 야구단·예술단 운영 아이디어 얻었죠"[숨어버린 사람들 (8) 정부 외면에 민간이 나섰다]
20년 넘게 은둔형 외톨이 도와온
김옥란 리커버리센터장
"은둔형 외톨이를 사회공동체 일원으로 함께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이들 곁에 있어야 합니다."
20년 넘게 은둔형 외톨이를 도와온 김옥란 리커버리센터장(사진)은 '은둔형 외톨이 문제의 해결방안'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김 센터장은 "정부의 청년 지원 정책은 일자리와 심리상담이 대다수"라면서 "사회와 동떨어진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리커버리센터는 지난 2003년 그룹홈을 시작으로 은둔형 외톨이의 사회 진출을 돕고 있다. 현재 15명의 은둔형 외톨이가 리커버리센터가 마련한 그룹홈에서 함께 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시작은 우연이었다. 김 센터장은 신문보급소를 운영하던 1999년 추운 겨울, 오갈 곳 없는 한 소년을 먹이고 재우면서 이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오갈 곳 없는 4명의 청년과 같이 그룹홈인 바나바하우스를 만든 게 리커버리센터의 효시였다.
넉넉해서 시작한 '도움'이 아니다. 김 센터장은 "2000년대는 허름한 지하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다"며 "지인이 좋은 일을 한다며 보증금을 빌려준 게 이렇게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가 나은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IMF 외환위기로 생긴 이혼, 실직, 파산으로 가족 해체가 앞당겨졌고 이로 인해 갈 곳을 잃은 청년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사회가 불안정해진 시기에 자라난 아이들이 이제 와서 20대가 됐다"며 "그 사이 학업 실패, 취업 실패, 왕따, 학교 폭력 등을 겪으면서 방문을 걸어 잠그게 됐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그룹홈 초기 4명의 청년과 함께 생활하며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에 대해 오래 고민했다. 숙고 끝에 그는 12년간 무역회사를 다니고 받은 퇴직금으로 미국행을 결정했다. 김 센터장은 "2018년 한달 동안 미국 시애틀의 도시빈민단체 관계자를 만나면서 여러 노하우를 익혔다"고 전했다.
미국에서의 경험은 리커버리센터의 프로그램에 녹아들었다. 김 센터장은 "마약,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리커버리카페의 경우 중독자들에 대한 정서적인 치료와 사회화 훈련을 먼저 진행한다"며 "이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야구단과 예술단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함께'의 경험은 은둔형 외톨이를 문 밖으로 나오게 했다.
리커버리센터에 온 한 청년은 부모의 욕심으로 주눅이 들어 방문을 걸어 잠근 채 20대를 보냈다. 청년은 센터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청년은 본인과 비슷한 처지의 외톨이들을 보면서 회복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본인이 다니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파트타임 근무를 하며 문 밖을 나서기 시작했다.
김 센터장은 정부의 정책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들은 자존감이 낮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본인이 본인을 신뢰하지 못해 경계감이 심하다"며 "조금 더 가까이 오랜 기간 이들과 함께해야 마음이 열리고 라포(상호 친밀감이나 신뢰관계)가 형성된다. 정부에서 현실적인 사태 파악과 함께 근본적인 치유 방법에 대해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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