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KBS] 깊은 방을 나온 청년들…“지금이 골든타임” (2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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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깊은 방'에 머물고 있는 청년이 100명 중 4~5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서울시가 6개월 이상 은둔이나 고립 생활을 하고 있는 청년들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깊은 방'을 빠져나오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나는 안되나 보다" 6개월간 '깊은 방' …"응원해주세요" 이르기까지

어린 시절이 불안정했던 22살 A 씨. 가정 해체와 학교 폭력을 겪은 뒤 대입에도 실패했습니다. 재수에서도 고배를 마신 뒤 '나는 안되나 보다'라는 생각에 한동안 방 밖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겨우 '깊은 방'을 나섰지만, 돌아온 건 좌절이었습니다. 식당과 수산시장, 물류 상하차 등 일을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당 최저임금을 못 받는가 하면, 코로나19로 영업이 안된다는 이유로 갑자기 해고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다시 '깊은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번번이 제 뜻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나는 안 되나 보다'라고 생각하면서 자책도 많이 하고 스스로에게 화도 많이 냈어요. 아무 꿈이 없었고,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도피나 포기하는 쪽으로 저 스스로 그냥 방에 있는 걸 선택한 것 같아요." 길게는 6개월 동안 방을 못나왔습니다.

자책하던 A씨는 건강을 크게 해칠 뻔했다가 회복해 병원에서 눈을 뜬 뒤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서울시 은둔 청년 지원 사업에 신청해, 지금은 은둔 청년 회복 공동체에서 공동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형들'과 지내며 대인관계를 익혔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자 마음이 꿈틀거렸고, 다시 대입을 준비중입니다. A 씨는 가족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자신을 응원해줬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 "나에 대한 실망이 가족들에 대한 원망으로…방안에서 컴퓨터만"

4년 전 만성질환이 발병해 통증이 극심했던 28살 B 씨.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취업이 어려웠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은 가족에 대한 원망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방안에만 틀어박혀 컴퓨터를 하며 지냈습니다. 1년을 집안에서만 지내다, 집 밖으로 나와 이런저런 도전을 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B 씨는 가족들 권유로 회복공동체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족들에게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계속 이렇게 살 수도 없고, 내 인생에도 전환점이 오지 않을까 싶어서 도전했다"고 합니다.

B 씨는 공동생활을 하며 요리에 익숙해져, 지금은 한식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청년의 문제, 청년 시기에 회복을…자칫 재고립 우려"

이들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곳은 서울에 있는 푸른고래 청년리버커리센터입니다. 김옥란 센터장은 "청년일 때 문제는 청년일 때 회복을 해야 한다"면서, 청년들에게 "지금 이 시기가 골든타임"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10대 때 폭력과 따돌림 등으로 상처가 있는 청년들이 20대 때 '거대한 사회'를 맞이할 준비가 안돼있어 위축되거나 우울감을 느끼고, 절망 끝에 은둔 생활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거대한 사회'가 청년들에게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지 못할 때 좌절한다는 겁니다. 누군가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아도 때 되면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한다는 등의 사회적 통념을 따르지 못할 때, 한계를 느끼게 된다는 겁니다.

또 고립·은둔 청년들은 신체건강과 정신건강, 관계성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생활 리듬이 깨지거나 불규칙한 식생활로 신체 건강을 해치고, 우울감으로 정신건강도 어렵고, 혼자 생활해 가족· 친구들과 소통을 안하다보니 대인관계도 점점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김 센터장은 실제 이들을 만나면 대부분 생존과 안정, 소속에 대한 욕구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 가까운 이 욕구를 회복하려면 장기적인 프로그램 지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재고립될 수 있는 위험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고립·은둔 청년들에 대한 장기적인 플랜을 세워줬으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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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정 (mabel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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