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뉴스웍스] [은톨이 보고서⑪] 민간 지원단체 수도권 '집중'…지방 거주자 찬바람 '씽씽' (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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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톨이 보고서⑪] 민간 지원단체 수도권 '집중'…지방 거주자 찬바람 '씽씽'


고립·은둔청년 지원 프로그램 '파이꿈터' 활동 모습. (사진제공=파이나다운청년들)

고립·은둔청년 지원 프로그램 '파이꿈터' 활동 모습. (사진제공=파이나다운청년들)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국내 최초 고립·은둔청년 지원기관인 K2인터내셔널코리아가 예산 부족으로 폐업한지 2년이 됐지만, 여전히 관련 단체들은 예산이 모자라 몸살을 앓고 있다.  

K2인터내셔널코리아는 일본에 본사를 둔 고립·은둔청년을 종합적으로 지원한 사회적기업으로, 2012년부터 2021년 말까지 활동했다. 창립 초기엔 일본 본사에서 지원을 받았지만 적자는 지속됐고,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자금사정이 급격히 나빠져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지원단체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예산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2021년 '은둔형외톨이 현황과 제도적 지원의 정립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지원사업 운영기관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예산 부족 및 재정 자립의 어려움(50.0%)'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1년 폐업한 K2인터내셔널코리아의 공동생활 쉐어하우스는 안무서운회사가 이어받았다. 안무서운회사는 유승규 대표를 비롯해 은둔 당사자와 K2인터내셔널코리아 직원 4명이 창업한 법인이다. 현재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다.

쉐어하우스와 함께 은둔고수 양성 프로그램 등 고립·은둔청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국내 고립·은둔청년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은둔 당사자와 은둔청년 가족, 은둔에서 극복한 청년, 은둔 전문가 등 관련 이해관계자 대부분이 알 만큼 고립·은둔청년 지원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하지만 창립 2년 만에 여성 기숙사를 폐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안무서운회사에 따르면 올해 쉐어하우스에 35명이 지원했지만 인력·공간 문제로 여성 기숙사를 폐쇄하고 남성 고립·은둔청년 7~8명만 기숙사에 입주시킬 예정이다.

안무서운회사는 현재 성북구와 SK 등 지자체와 기업에게 지원을 받고 있지만 쉐어하우스의 경우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다. 

유승규 안무서운회사 대표는 "서울시 차원에서 지원받는 것은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당장은 크지 않다"며 "올해 예산도 작년에 편성에 됐을테니 크게 추가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고립·은둔청년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등 고립·은둔청년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4월 24일 고립·은둔청년 단체를 찾아 지원을 늘린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의 지원 덕에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립·은둔청년 지원 단체는 안무서운회사를 비롯해 씨즈,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 등 여러 곳이 있다.


반면 경기권에는 경기 남부 '파이나다운청년들', 경기 북부 '꾸미루미' 등 두 곳 뿐이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고립·활동청년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파이나다운청년들'은 2015년 설립 후 고립·은둔청년 심리 상담 지원, 고립·은둔청년 자립 지원을 위한 '꿈터' 운영 등 경기도를 넘어 전국에서 고립·은둔청년들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뉴스웍스가 만난 고립·은둔청년 중에도 파이나다운청년들의 지원을 받고 자립한 청년도 많았다. 수년간 고립·은둔청년들의 자립을 지원하면서 지난 2021년 경기도 최초로 청년 복지를 위한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지정받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경기도에서 먼저 제안했지만, 정부 부처 중에서 주관하는 곳이 없어 결국 행정안전부에 신청했다. 청년 지원 단체이지만 교육부도, 여성가족부도 아닌 행안부에서 지정받은 것이다. 김혜원 파이나다운청년들 이사장은 결국 고립·은둔청년들에 대한 지원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이러한 사태가 일어났다고 토로했다.

사업 운영비가 아닌 자체 운영비도 조달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발주처(후원 주체)는 지원단체를 찾을 때 공모를 통해 선정한다. 파이나다운청년들을 비롯해 관련 기관들은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매년 공모 사업에 신청해야 하며 서류 심사, 프레젠테이션( PT) 등을 거쳐 최종 선정된다. 

사업의 연속성 유지를 위해 공모에 참여하지만 이 또한 사업에 필요한 운영비 공모일 뿐이다. 자체 운영비는 대체로 심리 상담 등 고립·은둔청년들이 자비로 부담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조달한다.


김혜원 파이나다운청년들 이사장은 "발주처도 결국은 자기 돈이 아니라 지자체라면 세금을 쓰는 것이고, 공동모금회 같은 경우는 기부금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 지원이 아닌 운영 지원에 대해 우리 같은 단체는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또한 배분을 공정하게 하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A라는 사업이 아닌 B, C 사업 등 기존 하던 사업에 대해선 사용할 수가 없어 기존 사업을 이어서 하는 것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파이나다운청년들의 지원 사업 대상은 경기 남부에 집중되고 있다. 지자체, 후원 단체 등 발주처의 공모 사업 지원 대상이 대부분 지역별로 나눠져 있기 때문이다.

공모 사업은 지역별로 대상을 제한한다.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고립·은둔청년 지원단체도 대상을 수도권에 한정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 위치한 지원단체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에서 지원하지만 지역의 한계를 넘기 어렵다. 


서울·경기를 제외하면 광주광역시에서 '은둔형외톨이 지원센터'가 지난해 출범했다. 광주광역시는 지난 2019년 전국 최초로 은둔형외톨이 지원 조례를 만들 정도로 고립·은둔청년 지원에 적극적이다. 앞서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은 민간이 주도한다면, 광주광역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설립했다. 

하지만 그 외 지역에는 민간 지원단체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부산광역시에서 지난해 은둔형외톨이 지원센터 설립 움직임이 있었지만 여전히 출범되지 않고 있다. 결국 고립·은둔청년 지원도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지적이다.

지자체에서 공모를 하면 당연히 해당 지역 내 고립·은둔청년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문제는 수도권과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민간 단체가 없다시피해 지방에 거주하는 고립·은둔청년들은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K2인터내셔널코리아가 창립한 지 10년이 넘었다. 이에 각 지역에서도 고립·은둔청년 지원단체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지방에서 활동하는 단체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 물론 지원단체에 대한 지원 체계도 정립되지 않고 있다.

김 이사장은 "사회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사업이면 큰 계획을 세우고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각 사업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관련 기관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지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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