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톨이 보고서⑫] "나가서 산책하세요"...'너무 힘든' 은둔청년에 돌아온 답변

다정 씨가 은둔고립 시절 방 안에서 찍었던 사진. 방 안에서 일몰을 보는 그의 눈은 외롭지 않았을까. (사진제공=두더지땅굴)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아무도 나를 이해 못 해주고, 내가 이렇게 너무 힘든데, 누구라도 좋으니까 '다정아 고생했다'라는 얘기를 너무 듣고 싶었어요. 아무도 그런 얘기를 해주지 않으니까, 그 부분에서 참 많이 외로웠던 거 같아요."
두더지땅굴과 인터뷰를 진행한 다정 씨는 사람들이 너무 싫은 동시에 너무 외롭다는 생각 속에 4년 6개월에 이르는 은둔 기간을 보냈다. 어떤 때에는 불 꺼진 텔레비전에 비치는 자신을 보고 "저 새끼 봐", "저거 뭐 하냐"라고 말하며 영화 캐릭터 '조커'가 웃듯이 그냥 막 웃기도 했다. 웃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은둔생활에서 벗어난 그는 "그 당시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 몰랐던 것 같다. 나 자신을 좀 봐주고 사랑했어야 했는데…"라며 씁쓸해했다.
은둔형 외톨이는 수도 없는 날을 방 한 칸에서만 지낸다. 그 방을 벗어나면 실패의 경험들과 다시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둔 생활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사회에 대한 두려움은 은둔고립청년들이 날개를 쉽사리 펴기 어렵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접힌 날개를 다시 펴도록 하려면 상담가, 활동가 등 '멘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은둔고립청년들이 속마음을 털어놓고 끊긴 인간관계를 잇도록 돕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혼자 지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의 문을 닫고 사회와 소통하는 방법 자체마저 잊어간다. 대화조차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뉴스웍스 취재진이 만난 은둔고립청년 중 일부는 말을 더듬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유를 묻자, 은둔 기간 중 어느 순간부터 말을 더듬게 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은둔고립청년들이 자신을 도와줄 멘토를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현재의 은둔고립 상담가·활동가 수는 전국 60만명으로 추정되는 은둔고립청년들을 전부 돌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마저도 은둔고립 관련 전문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서울 등 주요 도시에만 집중된 실정이다. 은둔고립청년들의 건강한 자립을 위해 어떤 점이 더 개선돼야 할까.

학교 밖 사회 밖 은둔고립청년들의 '나다운 삶'을 지원하는 파이나다운청년들에서 은둔고립청년들이 '나답게 살아가는 심리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공=파이나다운청년들)
◆필요한 것은 '소속감'…은둔청년 이해하는 활동가 많아야
"혼자 집에 있을 때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같이 살다 보니 며칠에 한 번씩 꼭 씻어야 하고, 설거지도 바로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하기 싫은데도 친구들이 있으니 억지로라도 같이하다 보니 밖을 나서는 시간도 많아지면서 외출이 점점 익숙해지고, 사람을 마주치는 게 괜찮아지더라고요." (두더지땅굴과의 인터뷰에서 자몽(가명) 씨의 말)
은둔고립청년은 학업 실패, 취업 실패, 따돌림, 부적응 등을 반복 경험하면서 사람과 벽을 쌓는다. 서울시 은둔고립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은둔고립청년의 40%는 은둔고립 생활하게 된 계기로 '다른 사람과 대화, 함께 하는 활동에서 인간관계를 맺기가 어려워서'라고 답변했다.
심지어 가족들과의 대화도 단절됐다. 광주광역시에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 은둔생활을 하는 응답자의 42.9%는 가족과 대화를 전혀 하지 않는다. 가정 내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셈이다.
사회에 섞이지 못해 은둔하게 된 청년들은 대개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주변에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실정에서 모든 책임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1년 반 동안의 은둔생활에서 벗어나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장영걸(24) 씨는 "은둔고립청년이 되는 원인은 제각각 다르지만 자존감이 낮아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것은 공통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뉴스웍스가 취재한 은둔고립 상태에서 벗어난 청년들은 은둔고립 생활 탈출을 위해 공통적으로 '소속감'과 '유대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통상 사람들은 자신이 사회구성원이라는 소속감과 유대감으로 살아간다. 회사에서는 직원으로서, 가정에서는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로서.
하지만 은둔고립청년들에게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경우가 드물다. 앞서 은톨이 보고서 1회부터 6회까지 언급됐듯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곳에서 상처와 실패의 경험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소속감과 유대감은 은둔고립청년들이 방문을 열고 사회로 나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열쇠 역할을 한다. 은둔 생활할 때 방 안에서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모르는 상태서 의식의 흐름대로 움직였다면 세상에 나가면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계획'하기 시작한다. 생활 습관과 패턴이 건강해지면 떨어졌던 자존감도 올라가고 사람과의 대화도 두렵지 않다.
현재 국내에는 은둔고립 상태에 놓인 청년들에게 소속감과 유대감을 알려줄 수 있는 민간단체와 커뮤니티가 곳곳에 존재한다. 청년들이 사회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기 전 공동생활을 익히게 하는 의도로 운영된다. 이러한 단체들은 은둔고립청년에 대한 이해도가 높거나 과거 은둔고립 경험이 있는 활동가들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들보다 청년들의 고통을 이해·보완하고 사회로 당겨줄 수 있는 힘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은둔고립청년을 위한 민간단체 안무서운회사는 은둔고립청년에게 '혼자보다 함께'를 알려주기 위해 셰어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 사는 은둔고립청년은 장보기, 요리, 운동 등의 사소한 일도 다 같이 해나간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셈이다.
하지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민간단체와 커뮤니티는 찾기 어렵다. 그마저도 수도권에 밀집돼 있다. 지역 내 은둔고립청년을 돌보기에도 벅차 타지역 거주자들은 지원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레 지역 격차가 생긴 것이다.
유승규 안무서운회사 대표는 "지방에서 연락이 오면 난감하다. 100만원을 줄 테니 와달라고 해도 업무들이 많아 가기가 힘들다. 그 지방에 있는 커뮤니티나 지원센터를 소개해주고 싶어도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에서의 경제적 지원과 함께 서울권에 있는 전문가를 필두로 지역 전역에 프로그램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안무서운 회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들만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담가들이 파이나다운청년들에서 운영하는 은둔형외톨이 양성과정 교육을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파이나다운청년들)
◆수면 위에 갓 떠오른 은둔고립청년…전문성 먼저 갖춰야
"너무 힘든 상태에서 상담소를 찾았어요. 지면으로 설문을 하는 등 여러 방법을 사용했죠. 뭐든 다해보자는 마음으로 상담소에 갔는데 말이 안 나왔거든요. 너무 힘들다는 저에게 상담가는 '그러면 나가서 산책을 하세요'라고 하더라고요."
두더지땅굴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파란(가명) 씨는 상담에 관해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왜 이렇게 살고 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고 싶어 상담소를 방문했지만, 뜬구름 같은 대답을 듣고 두세 번 나가다가 결국 그만뒀다.
"사회에 적응하고 싶어 상담가를 만나봤는데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으로 바꾸라는 답변만 듣고 왔네요. 현실과 동떨어지는 말을 듣고 나니 상담의 필요성을 못 느꼈어요."
김찬기(25·가명) 씨도 취업 문제, 인간관계 단절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상담센터를 방문했지만, 터무니없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2020년 광주광역시에서 실시한 은둔형 외톨이 조사 결과 상담을 받아본 은둔형 외톨이의 74.3%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은둔 생활에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다. 은둔형 외톨이의 상담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점은 은둔형 외톨이에 최적화된 전문적 상담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상담 업계에서는 은툰형 외톨이에 대한 이해가 깊은 상담사가 드물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은둔고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게 얼마 되지 않은 탓이다. 은둔형 외톨이에 초점을 맞춰 상담을 진행하기보다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로 간주해 맞지 않은 대안을 주는 경우가 많다.
김혜원 파이나다운청년들 이사장은 "사회적 관심으로 대두된 지 3년도 되지 않아서 사실상 체계적인 상담 시스템이 없다. 그렇기에 상담의 본질인 대상자의 특징을 파악하지 못한 채 상담을 진행하는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김옥란 푸른고래리커버리 센터장은 "은둔고립청년의 특징을 고려해 가이드해 줄 수 있는 코치 역할을 할 인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프로그램과 체계는 아무것도 없다. 제일 중요한 정책이 없으니, 그에 맞는 예산 사용도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은둔고립청년들에 대한 상담가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체계적 교육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정민 사회공헌 정신건강 심리센터 대표는 "현재까지 국내에 은둔형 외톨이 전문 상담가는 없다"며 "은둔형 외톨이 심리상담 전문가 교육과 임상을 함께 이루는 체계를 만들고, 정부가 인정하는 자격증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지자체가 나서서 정신건강 증진센터를 기반으로 심리상담사 석사 이상의 정신건강 간호사에게 은둔형 외톨이 상담기법을 교육하고, 매뉴얼화된 은둔형 외톨이 치료 회복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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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톨이 보고서⑫] "나가서 산책하세요"...'너무 힘든' 은둔청년에 돌아온 답변

다정 씨가 은둔고립 시절 방 안에서 찍었던 사진. 방 안에서 일몰을 보는 그의 눈은 외롭지 않았을까. (사진제공=두더지땅굴)[뉴스웍스=고지혜 기자] "아무도 나를 이해 못 해주고, 내가 이렇게 너무 힘든데, 누구라도 좋으니까 '다정아 고생했다'라는 얘기를 너무 듣고 싶었어요. 아무도 그런 얘기를 해주지 않으니까, 그 부분에서 참 많이 외로웠던 거 같아요."
두더지땅굴과 인터뷰를 진행한 다정 씨는 사람들이 너무 싫은 동시에 너무 외롭다는 생각 속에 4년 6개월에 이르는 은둔 기간을 보냈다. 어떤 때에는 불 꺼진 텔레비전에 비치는 자신을 보고 "저 새끼 봐", "저거 뭐 하냐"라고 말하며 영화 캐릭터 '조커'가 웃듯이 그냥 막 웃기도 했다. 웃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은둔생활에서 벗어난 그는 "그 당시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 몰랐던 것 같다. 나 자신을 좀 봐주고 사랑했어야 했는데…"라며 씁쓸해했다.
은둔형 외톨이는 수도 없는 날을 방 한 칸에서만 지낸다. 그 방을 벗어나면 실패의 경험들과 다시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둔 생활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사회에 대한 두려움은 은둔고립청년들이 날개를 쉽사리 펴기 어렵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접힌 날개를 다시 펴도록 하려면 상담가, 활동가 등 '멘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은둔고립청년들이 속마음을 털어놓고 끊긴 인간관계를 잇도록 돕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혼자 지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의 문을 닫고 사회와 소통하는 방법 자체마저 잊어간다. 대화조차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뉴스웍스 취재진이 만난 은둔고립청년 중 일부는 말을 더듬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유를 묻자, 은둔 기간 중 어느 순간부터 말을 더듬게 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은둔고립청년들이 자신을 도와줄 멘토를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현재의 은둔고립 상담가·활동가 수는 전국 60만명으로 추정되는 은둔고립청년들을 전부 돌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마저도 은둔고립 관련 전문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서울 등 주요 도시에만 집중된 실정이다. 은둔고립청년들의 건강한 자립을 위해 어떤 점이 더 개선돼야 할까.
학교 밖 사회 밖 은둔고립청년들의 '나다운 삶'을 지원하는 파이나다운청년들에서 은둔고립청년들이 '나답게 살아가는 심리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제공=파이나다운청년들)
◆필요한 것은 '소속감'…은둔청년 이해하는 활동가 많아야
"혼자 집에 있을 때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같이 살다 보니 며칠에 한 번씩 꼭 씻어야 하고, 설거지도 바로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하기 싫은데도 친구들이 있으니 억지로라도 같이하다 보니 밖을 나서는 시간도 많아지면서 외출이 점점 익숙해지고, 사람을 마주치는 게 괜찮아지더라고요." (두더지땅굴과의 인터뷰에서 자몽(가명) 씨의 말)
은둔고립청년은 학업 실패, 취업 실패, 따돌림, 부적응 등을 반복 경험하면서 사람과 벽을 쌓는다. 서울시 은둔고립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은둔고립청년의 40%는 은둔고립 생활하게 된 계기로 '다른 사람과 대화, 함께 하는 활동에서 인간관계를 맺기가 어려워서'라고 답변했다.
심지어 가족들과의 대화도 단절됐다. 광주광역시에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현재 은둔생활을 하는 응답자의 42.9%는 가족과 대화를 전혀 하지 않는다. 가정 내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셈이다.
사회에 섞이지 못해 은둔하게 된 청년들은 대개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주변에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실정에서 모든 책임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1년 반 동안의 은둔생활에서 벗어나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장영걸(24) 씨는 "은둔고립청년이 되는 원인은 제각각 다르지만 자존감이 낮아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것은 공통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뉴스웍스가 취재한 은둔고립 상태에서 벗어난 청년들은 은둔고립 생활 탈출을 위해 공통적으로 '소속감'과 '유대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통상 사람들은 자신이 사회구성원이라는 소속감과 유대감으로 살아간다. 회사에서는 직원으로서, 가정에서는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로서.
하지만 은둔고립청년들에게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경우가 드물다. 앞서 은톨이 보고서 1회부터 6회까지 언급됐듯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곳에서 상처와 실패의 경험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소속감과 유대감은 은둔고립청년들이 방문을 열고 사회로 나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열쇠 역할을 한다. 은둔 생활할 때 방 안에서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모르는 상태서 의식의 흐름대로 움직였다면 세상에 나가면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계획'하기 시작한다. 생활 습관과 패턴이 건강해지면 떨어졌던 자존감도 올라가고 사람과의 대화도 두렵지 않다.
현재 국내에는 은둔고립 상태에 놓인 청년들에게 소속감과 유대감을 알려줄 수 있는 민간단체와 커뮤니티가 곳곳에 존재한다. 청년들이 사회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기 전 공동생활을 익히게 하는 의도로 운영된다. 이러한 단체들은 은둔고립청년에 대한 이해도가 높거나 과거 은둔고립 경험이 있는 활동가들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들보다 청년들의 고통을 이해·보완하고 사회로 당겨줄 수 있는 힘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은둔고립청년을 위한 민간단체 안무서운회사는 은둔고립청년에게 '혼자보다 함께'를 알려주기 위해 셰어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 사는 은둔고립청년은 장보기, 요리, 운동 등의 사소한 일도 다 같이 해나간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셈이다.
하지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민간단체와 커뮤니티는 찾기 어렵다. 그마저도 수도권에 밀집돼 있다. 지역 내 은둔고립청년을 돌보기에도 벅차 타지역 거주자들은 지원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레 지역 격차가 생긴 것이다.
유승규 안무서운회사 대표는 "지방에서 연락이 오면 난감하다. 100만원을 줄 테니 와달라고 해도 업무들이 많아 가기가 힘들다. 그 지방에 있는 커뮤니티나 지원센터를 소개해주고 싶어도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에서의 경제적 지원과 함께 서울권에 있는 전문가를 필두로 지역 전역에 프로그램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안무서운 회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들만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담가들이 파이나다운청년들에서 운영하는 은둔형외톨이 양성과정 교육을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파이나다운청년들)
◆수면 위에 갓 떠오른 은둔고립청년…전문성 먼저 갖춰야
"너무 힘든 상태에서 상담소를 찾았어요. 지면으로 설문을 하는 등 여러 방법을 사용했죠. 뭐든 다해보자는 마음으로 상담소에 갔는데 말이 안 나왔거든요. 너무 힘들다는 저에게 상담가는 '그러면 나가서 산책을 하세요'라고 하더라고요."
두더지땅굴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파란(가명) 씨는 상담에 관해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왜 이렇게 살고 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고 싶어 상담소를 방문했지만, 뜬구름 같은 대답을 듣고 두세 번 나가다가 결국 그만뒀다.
"사회에 적응하고 싶어 상담가를 만나봤는데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으로 바꾸라는 답변만 듣고 왔네요. 현실과 동떨어지는 말을 듣고 나니 상담의 필요성을 못 느꼈어요."
김찬기(25·가명) 씨도 취업 문제, 인간관계 단절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상담센터를 방문했지만, 터무니없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2020년 광주광역시에서 실시한 은둔형 외톨이 조사 결과 상담을 받아본 은둔형 외톨이의 74.3%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은둔 생활에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다. 은둔형 외톨이의 상담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점은 은둔형 외톨이에 최적화된 전문적 상담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상담 업계에서는 은툰형 외톨이에 대한 이해가 깊은 상담사가 드물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은둔고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게 얼마 되지 않은 탓이다. 은둔형 외톨이에 초점을 맞춰 상담을 진행하기보다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로 간주해 맞지 않은 대안을 주는 경우가 많다.
김혜원 파이나다운청년들 이사장은 "사회적 관심으로 대두된 지 3년도 되지 않아서 사실상 체계적인 상담 시스템이 없다. 그렇기에 상담의 본질인 대상자의 특징을 파악하지 못한 채 상담을 진행하는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김옥란 푸른고래리커버리 센터장은 "은둔고립청년의 특징을 고려해 가이드해 줄 수 있는 코치 역할을 할 인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프로그램과 체계는 아무것도 없다. 제일 중요한 정책이 없으니, 그에 맞는 예산 사용도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은둔고립청년들에 대한 상담가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체계적 교육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정민 사회공헌 정신건강 심리센터 대표는 "현재까지 국내에 은둔형 외톨이 전문 상담가는 없다"며 "은둔형 외톨이 심리상담 전문가 교육과 임상을 함께 이루는 체계를 만들고, 정부가 인정하는 자격증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지자체가 나서서 정신건강 증진센터를 기반으로 심리상담사 석사 이상의 정신건강 간호사에게 은둔형 외톨이 상담기법을 교육하고, 매뉴얼화된 은둔형 외톨이 치료 회복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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