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PPL | 더좋은세상 | 더좋은이야기] 푸른고래의 모래시계 (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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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없어지는 이들,

이들에 대한 시선은 사회뿐만 아니라, 가장 이해받고 싶은 가정에서조차 따갑습니다.


이 길고도 오랜 말들이 마음에 상처로 깊이 새겨진 청년들,

이들을 지칭하는 단어도 모호합니다.


 

그러나 과연 고립되기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사실 이들은 고립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고립을 당했다는 것이 더 맞을 것입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중 35위,


바로 한국의 행복 순위입니다.

심각한 자살률, 불화, 폭력, 괴롭힘, 학대, 방임이 가정, 학교, 군대, 직장 등 국내 각 집단 내에서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또 이 증가율은 서울에만 12만 9천 명, 전국 단위로 넓히면 61만 명에 달하는 사회적 고립청년 발생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회가 많았던 이전 세대와 다른 무한 경쟁사회 속에 살아가는 요즘 청년들은 고립될 수밖에 없고, 이는 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시작된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이 사회적 고립청년을 지원하는 단체,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의 김옥란 센터장의 이야기를 듣고, 더 좋은 세상을 위한 우리 인식의 전환과 함께 더 이상 사회적 고립청년이 증가하지 않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리커버리센터?


리커버리센터는 2003년 보호 청소년과 청년을 위한 그룹홈 사업을 거쳐 2009년, 노인과 소외계층의 무료 급식을 지원하는 바하밥집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무료 급식소에 오는 청년을 만난 뒤, 그들을 위한 그룹홈 등 청년을 위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오랜 시간을 거쳐 사회적 고립 청년을 만나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갭이어*의 시간, 

즉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르며 쉬어 가는 회복의 시간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 갭이어: (주로 유럽, 서양권에서) 흔히 고교 졸업 후 대학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일을 하거나 여행하면서 보내는 1년


고래는 주기적으로 물 밖으로 나와서 숨을 쉬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아픈 고래가 있다면 물 위로 올려서 호흡을 돕고 숨을 쉬게 하죠


한국 사회는 어린 시절부터 대학-취업-결혼 등 삶의 여정에 정해진 답이 있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 잠깐의 갭이어의 시간도 죄책감이 들거나 눈치가 보이기도 하죠. 새로운 에너지를 위해 숨을 고르는 시간은 꼭 필요한데 말이죠.

김옥란 센터장는 이런 갭이어의 시간을 가질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에너지가 소진된 채 살아가는 청년들을 보며 호주, 미국 등 여러 사례를 공부하며

2019년에 리커버리센터를 설립했다고 합니다.


아픈 고래의 호흡을 돕는 기관이 되어

그것이 다시 생명으로 환원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들을 이해하기보다 부딪히거나 시도하려는 노력 없이 숨고 회피한다는 오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안정적으로 사회에 소속된 청년들조차 같은 세대인 이들을 이해하기보다 기성세대의 시선으로 본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같은 세대 내에서 생긴 경계에 마음이 더 무거웠다고 합니다.

 

원인은 취업, 정서, 관계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에 사회적 고립청년의 원인으로 취업 문제가 큰 비율로 차지한다는 것이 알려지며

 대중의 관심도 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정부의 청년지원 정책도 취업 문제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살펴야 할 것은 이들의 심리·정서 그리고 대인 관계의 회복입니다



리커버리센터를 찾는 대부분의 청년은 주로 25세부터 35세인데요, 고등학교나 대학 졸업 후 사회의 새로운 조직에 소속되고자 했으나, 

반복된 실패로 무기력감에 빠진 청년들이라고 합니다. 그 깊은 속사정을 들어보면 정서문제와 대인관계 어려움이 취업에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가정, 회복의 힘을 얻는 원천


이들의 가정환경을 들여다봤을 때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고 합니다. 

방임한 가정, 그리고 너무 높은 수준의 커리큘럼과 기준에 맞추도록 한 가정,


자기 주도성은 어렸을 때부터 자기효능감과, 조절 능력 그리고 안전감을 통해 얻어지는 건데, 

이는 성장해서 어려운 일을 겪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에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부모의 높은 수준과 틀에 맞춰 자란 청년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율성과 주도성을 갖기 힘듭니다.

그러면 사회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어려움 그리고 반복된 실패라는 역경에 맞닥뜨렸을 때 상대적으로 더 큰 좌절과 깊은 무력감을 느끼게 되죠. 


▲ 리커버리센터에서의 아침 산책시간, 좋은 하루 루틴을 늘려나가는 것은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처럼 이들은 ‘선택할 수 없었던 ‘가정’이라는 사회 최소 집단에서부터 학교, 회사 등 다양한 경쟁사회 조직에서의

방임, 요구, 학대, 폭력, 괴롭힘 등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없어 도망쳤다’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더는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려운 것이죠. 


▲ 회복을 위한 모임


사회에 소속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은 얼마나 길고 오래된 상처에 더 깊은 상처로 굳어져 있는 것일까요?


부모 세대와 청년세대는 다릅니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부모 세대의 사회적 경제와 취업의 기회가 지금에 비해 훨씬 더 좋았습니다

그리고 노력하면 집을 살 수 있는 시대였죠.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경쟁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빠르게 발전하는 경제와 사회적 변화로 인해 소통방식도 다릅니다

90년생부터는 스마트폰에 익숙하며 온라인 소통이 자연스러운 세대입니다


극심한 경쟁사회인 한국은 모두가 조급함을 느끼다보니, 쉬어가는 갭이어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못합니다

주변 어른들은 ‘언제까지 이럴 거냐?’,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이러냐?’ 물으며

청년들을 불안하게 만듦으로써 소통이 단절되고 관계가 깨어져서 청년들은 대화를 거부하게 됩니다


경쟁사회,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라 고립의 위기에 놓일 수 있고, 

더구나 코로나 상황으로 더 고립이 깊어지고 어려운 시절을 보내는 시기이기에

고립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리커버리, 회복의 과정


리커버리에서 청년들을 위해 상담하거나 도움주는 멘토가 있을까요?


여기 온 청년들을 위해 우리의 코치 역할은 가이드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살피고 표현하면서 타인을 이해하고 관계회복을 돕습니다

또 격려와 지지로 각자의 회복에 맞는 개인회복 로드맵을 안내하는 것이 코치의 역할이죠

그래서 지금부터 주체적인 삶을 살 힘을 얻게끔 합니다


▲ 쿠킹런치 시간


리커버리센터는 신체, 정서, 관계 건강을 위해 쿠킹런치, 요가, 미술, 영화제, 전시회, 야구단, 회복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으며

‘크루’라고 불리는 고립 청년들은 원하는 곳에 원하는 만큼 참여할 수 있습니다.


▲ 리커버리 야구단, 공을 잡는 법을 배우는 모습

크루들은 각자 자신이 선택한 프로그램에 코칭하는 가이드와 함께 참여함으로써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 속하는 경험을 합니다.


알고 지내는 신경정신과 선생님 말씀에 

정신과 진료·치료·심리상담 등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비율은 3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환경에 있느냐’이고 이것이 70%라고 합니다.

아무리 치료를 받아도 다시 문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면 해결되지 않는 것이죠.


새로운 환경으로 바꿔주는 것, 


즉,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다르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해요

내가 어디 있느냐가 그렇게 중요한 겁니다


▲ 요가 프로그램


마음의 힘을 얻어야 하는 가정, 그리고 첫 타인과의 관계가 형성되는 학교, 좀 더 큰 의미의 사회인 직장까지

모든 조직이 건강한 환경이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그런 현실로 인해 고립 당한 청년을 위한 리커버리 센터가 있는 것이 참 다행입니다.

진정한 리커버리를 위해 쉬어 가는 곳, 호흡을 돕는 곳이 되길 소망합니다.





희망의 작은 힘, 환대


우리 사회는 보통 청년이라고 하면 힘과 에너지가 넘친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리커버리센터는 무료 급식소에서 청년이 찾아온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실패에도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서야만 하는 이 청년들이 이토록 소진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희망과 미래라는 수식어가 당연했던 이 청년들이 고립 청년이 되기까지의 이유를 단순히 ‘사회 부적응’이라고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매해 너무 많은 사회적 고립청년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각 사회 조직마다 괴롭힘과 폭력 사건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죠. 

사회적 관심과 변화가 꼭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나마 남은 작은 힘, 그래서 더 소중한 힘,

그 꺼질까 말까 하는 힘으로 겨우 겨우 이곳에 오는 친구들이죠


마지막 남은 힘으로 사회에 소속되고자 옮긴 걸음,

그렇게 처음 방문한 청년의 마지막 남은 힘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듣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기다리고, 기존 센터 청년들의 고민을 토대로 묻고 다가갑니다

처음 이곳에 발걸음을 한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진정한 환대’입니다


리커버리센터를 거쳐 간 청년 중에 70%는 자립한다고 합니다.

자립은 사회에 소속되는 것을 의미하죠.

자립하더라도 사회에서의 겪는 부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위해 계속 지원한다고 합니다.

취업 연계 사업도 진행하려고 합니다.

학교폭력으로 인해 중학교 때 자퇴 후 대인기피와 강박, 공황장애까지 발병해 

10년 동안 사회와 단절되어 살았던 청년이 있어요.

1년의 회복 기간후에 취업도 했고, 곧 사회복지전공으로 학교에 입학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각자의 모래시계를 존중하는 힘


아직 세상은 청년들을 길들이고 싶어하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더 나은 새로운 세상을 위해 발버둥치는 것이 바로 청년입니다.


내 경험이 정답인 것처럼 무수히 쏟아냈던 말들을 뒤로하고.

이제 사회적 위치에 있는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의 말에 먼저 귀 기울이면 어떨까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기성세대가 먼저 청년들의 문화에 먼저 다가간다면 새로운 희망의 시간들로 채워질 것입니다.



그래서 타인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정, 학교, 회사, 우리 사회문화로 발돋움하길 기대합니다.

각자가 지닌 인생의 모래시계는 크기도 모양도 속도도 다름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길 응원합니다.


우리 사회 청년들이 ‘천천히 해도 괜찮다’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사회의 속도에 휘말리지 말고 갭이어의 시간을 스스로 보장하며 살아가길 응원합니다

또 사회적으로 위치가 있는 기성세대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감으로써 세대가 통합되면 사회안전망은 저절로 지켜집니다


_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 김옥란 센터장



'리커버리센터에 들어섰을 때 마치 파도 물보라처럼 보이는 식탁 위의 조명들이 눈에 들어왔다.

인생의 거칠고 큰 파도는 누구든 맞닥뜨릴 수 있지만 함께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우리는 중심을 잡을 수 있다.

그리고 그보다 큰 파도가 다가와도 파도를 탈 수 있을 정도의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_Editor


Don’t Judge Until You’ve Walked In Someone’s Shoes

“그 사람의 신을 신고 오랫동안 걸어보기 전까지는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 _인디언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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